NFT(대체불가능토큰) 수집가에겐 악몽 같은 일이었다. 지난 2021년 4월 웹3 기획자 파록 사마드는 87점의 NFT 작품을 모은 지갑의 시드문구(지갑 복구용 비공개 키)를 잃어버렸다. 그 중엔 희귀 아이템인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ored Ape Yacht Club, BAYC)' NFT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해당 콜렉션의 총평가액은 250이더(ETH)로 약 85만 달러에 달했으나, 실제 가치가 0이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시드문구를 분실하는 바람에 지갑을 열 수 없었고, NFT 판매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사마드만 이런 일을 겪는 것은 아니다. 아무도 성장을 예상 못 한 NFT 시장 초기, 많은 NFT 수집가들이 NFT 구매용 지갑을 만들었다가 시드문구를 분실하곤 했다. 심지어 한 익명의 지갑에는 크립토펑크 NFT 141점이 들어있기도 했다. 해당 지갑 소유주는 2017년 개당 7달러를 주고 크립토펑크 NFT를 구매했다. 현재, 이 컬렉션은 1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전혀 사용되지 않은 사실로 짐작건대, 시드문구 분실이 의심된다. 안타깝다 정말.
시드문구 분실은 NFT 수집가에겐 최악의 일이다. 해커에 의한 도난 사건의 경우, 최소한 다시 찾아올 희망이라도 있지, 시드문구 분실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꼼짝 없이 팔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팔지 못하는 NFT는 가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진짜 그런가? 해결책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미술관은 NFT 아트를 수집하게 될 것이고, 이미 많은 미술관이 NFT를 보유 중이다. LA 카운티 미술관은 지난달 13일 트위터에서 '코시모 데 메디치'로 활동 중인 익명의 NFT 콜렉터가 수백만 달러 상당의 NFT 22점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파리 퐁피두센터도 지난 지난달 10일 13명의 아티스트로부터 18점의 NFT를 기증받았다고 발표했다.
그 후 NFT 아티스트 데이비드 리서가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퐁피두센터가 받은 NFT중 일부는 지갑 이동이 없었다.
그렇다면 퐁피두센터가 자가 보유 지갑이 아닌 다른 지갑의 NFT를 취득했을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미술관은 콜렉터만큼이나 예술품의 실제 물리적 보관이 필요하지 않다. 많은 콜렉터들이 수장고에서 실물 이동 없이 예술품을 사고판다. NFT도 마찬가지다. 퐁피두센터는 NFT 기증이 이뤄진 직후 소유권을 갖게 됐다. 퐁피두센터 자체 지갑으로의 이동은 형식적일 뿐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아마도 미술관 자체 보유 지갑에 NFT를 보관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NFT 도난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편이라 미술관도 타깃이 될 수도 있다. 미술관들은 NFT 시장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베테랑 NFT 수집가들은 잘 아는 속임수에도 당하기 쉽다. 그렇다면 최소한 미술관이 적절한 안전 시스템을 마련할 때까지, NFT 컬렉터가 미술관을 대신해 기증한 NFT를 보관해도 좋지 않을까?
자, 이제부터가 흥미롭다. 미술관이 자체 지갑으로 이동하지 않고 NFT를 소유할 수 있다면, 못쓰는 지갑의 NFT도 소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시드문구를 분실해서 NFT를 다른 지갑으로 이동시키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NFT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물론 시장에서는 사실상 '발이 묶여버린' NFT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술관은 다르다. 심지어 이렇게 묶인 NFT들은 미술관에 최적화된 예술품일 수도 있다.
'미술품 처분 규칙'
미술관관장협회(AAMD)는 다른 작품 구입 이외의 용도로 이미 수집한 미술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미술품 처분 규칙을 수립했다. 미술관장협회가 만든 규칙도 모순이 있고 법적 강제성이 부족하지만, 여전히 미술관들은 해당 규칙을 준수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협회는 미술관들이 컬렉션을 다양화할 일환으로 중요 예술품을 판매할 때도 미술품 처분 규칙 준수를 지나칠 정도로 강조한다.
"블록체인은 영속되며, 단지 NFT 수집가가 '지갑을 기증하겠다'는 한 마디면 NFT 이전도 쉽게 이뤄진다"
이쯤 되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 같지만, 미술품 처분 규칙도 깊이 살펴보자. 미술관들은 공익 목적으로 미술품을 보유하기 때문에 함부로 팔 수 없다는 규칙이 있다고 해도, 판매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 문제와 관련하여 나는 최근 미술관을 대상으로 제안을 하나 했다. NFT를 미술관의 '영속적인 콜렉션'으로 만들어 처분을 피할 수 있도록 '못 쓰는 지갑 주소'로 전송하라는 제안이었다.
얼마나 좋은가! 컬렉터들은 못 쓰는 NFT 지갑을 미술관에 기증해서 뿌듯하고, 미술관은 힘 하나 안들이고 NFT를 취득하고 보관할 수 있으니 서로 좋지 아니한가. 게다가 블록체인은 영구하고, 컬렉터가 '지갑을 기증하겠다'는 한 마디면 NFT 이전도 쉽게 이뤄진다. 여기에 도난 방지까지 된다. 못 쓰는 지갑은 미술품 보험이 필요 없는 유일한 작품이 될 것이다.
물론, 몇 가지 의문도 남는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못쓰는 지갑을 소유한 비운의 컬렉터들에게 NFT기증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는 점이다. 최소한 자신의 NFT가 미술관에 소속된다는 사실이 기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증을 통해 세금 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도!
도난 없는 과세
아마도 국세청(IRS)은 NFT 판매가 불가능해서 못 쓰는 지갑을 기증하는 수집가들에게 선뜻 세금을 면제해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선례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2007년 뉴욕의 유명 아트 딜러 일리나 소나벤드가 사망하면서 자녀들에게 다수의 작품을 물려주었는데, 그 중 하나가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캐년(Canyon)'이었다. 그런데 '캐년'에는 유통이 금지된 흰머리독수리가 박제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상속인은 해당 작품을 판매할 수 없었고, 의뢰받은 크리스티는 '캐년'의 경매 감정가를 '0달러'로 책정했다.
문제는 국세청이 '캐년'을 6500만 달러로 감정하고 총 2920만 달러의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결국 상속인이 '캐년'을 공공단체에 기증하면 세금을 면제해주기로 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현재 '캐년'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소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은 예술품은 판매할 수 없어도 과세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짐작건대 시드문구를 분실한 지갑 내 NFT 또한 과세 가치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캐년'이 사례처럼 미술관에 기증하지 못하리란 법도 없다. 물론 기증하게 되면 소유주는 NFT의 완전한 가치를 못 누리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예 못 쓰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쓰이는 것이 낫지 않은가. 미술관 또한 저비용으로 도난이나 처분이 불가능한 주요 NFT 컬렉션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윈-윈'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출처 : 코인데스크
https://www.coindesk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9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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